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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먹고

이태원, 보광동 헬카페(Hell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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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비가 잔뜩 내리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 같던 어느 초여름날.

갑작스런 지인의 연락에 한남동에서 약속이 잡히게 되었다.

한남동은 어디 커피를 가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아

원두만 먹어보고 매장은 직접 방문해본적이 없는 헬카페를 가보고자 하고 지인에게 권유하였고.

평소 커피를 좋아하던 지인도 흔쾌히 응하였고 자연스레 1차 목적지는 헬카페가 되었다.

지옥철을 비유해 지었다는 가게 상호부터 거대한 스피커, 거기에 오래된듯한 목제로 된 가구들 까지

오래된 가게가 주는 묘한 편안함과 긴장감을 더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을 하고 커다란 테이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쭈욱 나열되어 있는 예쁜 꽃이 눈길을 끈다.

화병부터 꽂혀있는 꽃 모두 점원분께서 직접 꾸미고 계셨고 매장 내부 하나 하나 이야기가 유지되어왔던 시간동안 만큼이나 남아있을것 같아

괜한 뇌내망상으로 감성팔이를 해보았다.

몇번의 환승과 20여분 정도의 도보를 더하니 이동시간이 길어서일까 비가 많이 내려 몸은 습하고 살짝은 후덥지근한 날씨 탓을 더해

시원하게 넘어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 먼저 한잔 주문하였고.

오래간만에 느낀 강렬한 맛의 진한 아메리카노 맛이 날씨와 매장 내부 인테리어가 찰떡같이 달라붙는게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평소 중배전 또는 기회가 된다면 약배전 원두를 마시려고 하는 나에게 진한 색상부터 시작해

목 넘김까지 오래간만에 느껴본, 맛있는 강배전의 맛이었다.

주 활동 지역이 아닌 탓일까 재 방문이 언제일지 확신할 수 없어 핸드드립으로 에티오피아 블렌드 한잔을 더 부탁드렸고.

가게의 원두는 산미가 많이 없고, 향과 맛이 진한 편이라는 설명을 더해주셨다.

평소 어떤 맛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일본의 킷사 에서 나올법한 예쁜 잔과 그에 어울리는 정말 칠흑같은 진한 핸드드립 커피 한잔이 나왔다.

천천히 조금씩 식혀가며 맛을 보았다, 처음부터 시원하게 꿀꺽 꿀꺽 넘어가는 아이스 커피도 좋지만

따듯하게 내려 조금씩 식혀가며 마시는 커피도 맛이 아주 좋다.

시작하는 향은 미묘한 초코향도 돌고 과일의 향도 나는듯

정성껏 내려준 핸드드립 한잔이 기분이 좋아진 순간이었다.

커피를 기다리며 바깥 풍경을 조용히 보고있으니 뭔가 이 곳 서울이 아닌거 같다는 착각을 하며

커다란 스피커에서 나오던 오래간만에 들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레인과, 영화 마지막 황제의 라스트 카니발

운치있는 장소, 진한 갈색이 어울리는 실내 거기에 진득한 커피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좋은 장소였던 헬카페

다음 방문에는 융드립 커피를 부탁드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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